"봄철 졸음운전은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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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분홍색의 진달래와 노란색의 개나리, 화사한 벚꽃과 목련 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다. 자연의 섭리 측면에서도 봄은 겨울 내내 잔뜩 움츠리고 있던 만물이 새롭게 시작하고 성장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발산하기 시작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예외는 아니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도 기온의 상승과 더불어 신체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봄은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장거리 나들이에 나선 운전자들이나 모두에게 피곤하고 힘든 계절이기도 하다. 춘곤증으로 대표되는 봄철의 졸린 증상은 생리적으로 볼 때 겨울 습관에 익숙해져 있는 생체리듬이 낮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른 수면부족 등의 이유로 리듬이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활동량이 많아짐에 따라 신체기능의 활성화로 뇌에 산소공급이 순간순간 부족하기 때문이다.

봄철의 졸음 현상은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을까?

봄철 졸음이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은 자동차의 운전이다. 자동차는 운동하는 물체이고, 아직은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한다. 또한 프레스공처럼 기계를 통해 단조로운 작업을 하는 산업일꾼들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기계를 정상적으로 잘 다룰 때는 기계와 사람이 조화를 이룰 때이다. 사람과 기계가 일체가 되지 못해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경우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로 자동차를 운전함에 있어 운전자가 졸음에 이기지 못할 경우, 자동차와 운전자의 부조화로 자동차는 정상적인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된다. 시속 72km/h로 주행하는 자동차는 1초에 20m를 진행한다. 이 속도에서 운전자가 2초 동안 졸음을 이기지 못했다면 자동차는 관성에 따라 40m를 별다른 조정없이 진행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졸음 상태의 사람은 인지반응시간도 정상상태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인지반응시간이 정상적인 신체상태의 2배 정도 걸린다면 졸음에서 의식이 돌아왔다고 해도 위험상황에 대처하는데 1.5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시속 72km/h로 달리던 자동차의 운전자가 졸음이 쏟아져 2초 동안 잠깐 졸았다면 직접적으로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시간은 3.5초이고 이 3.5초 동안 자동차는 72km/h를 거의 유지하며 70m를 주행한다. 만일 무의식 상태에서 주행하게 되는 70m 거리이내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면 별다른 대책 없이 그대로 위험에 직면해야 함은 물론이다. 70m를 주행하던중에 자동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는 자동차와 충돌하는 경우나 도로을 벗어나 구조물에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만 하더라도 끔찍하다.

설령 도로가 직선이고 자동차의 직진성이 좋아서 차로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70m의 구간이 벗어나면 위험이 없어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상황에서(시속 72km/h로 주행중) 진행방향 앞부분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70m가 아닌 최소 100m 구간에서 별일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2초정도 잠깐 졸았다가 의식을 차려 급제동을 했다고 가정할 때 급제동상태에서도 차는 일정거리를 미끄러져 가기 때문이다.

졸음운전이 운전중 휴대폰 사용 또는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졸음시간 동안 무의식 상태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없는 상태의 자동차. 공공의 적임에는 틀림없다.

졸음운전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졸린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차를 세우고 충분한 휴식과 잠깐이라도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부득이 하게 운전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운전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차내에 껌이나 땅콩, 물 등을 준비했다가 먹는 것도 순간적으로 졸음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간적인 모면은 지속효과가 없으므로 적당하게 쉬는 게 좋다.

졸음에는 장사 없다.

순간의 졸음으로 패가망신하지 말고 쉬어가는 습관을 들이자.


2004년 4월 화사한 봄날에 박승범